다큐멘터리 영화

[호스트네이션] 편집

어반모스 2017. 8. 10. 18:10


[호스트네이션] 편집 (2016)

감독: 이고운






연출의도

오래된 직업이 있다. 아무나 함부로 끼어 붙을 수 있는 직업은 아니지만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는 오래된 직업이다. 전에는 세계에서 가장 힘센 돈을 자루로 벌어들이던 애국자라고 하더라. 누구는 포주, 팸푸 라고도 불렀다. 그들이 말한다. 내 나라 내 땅에서 누구의 법을 따를 것인가? 이국 법이냐, 내 나라 법이냐? 

오래된 여인들이 있다. 외로운 이방 군인들의 밤을 위안하는 그 여인들이다. 얼굴색이 달라졌고, 쓰는 말이 달라졌어도 하는 일은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얼굴색만 달라진 오래된 여인들이 오래된 비법에 따라 클럽 마마, 파파의 주머니에 달러를 채워주는 일이다. 그 일은 여인들의 필리핀 마마, 파파의 말라붙은 주머니에 일용할 달러를 내려주신다. 이 또한 오래된 돈의 종착지이리라.


작품해설

군산 미군 기지촌에 마련된 클럽에는 노래를 하고 주스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여성들이 있다. 그중 일부가 자국에서 빈곤 문제에 당면한 여성들로 연예비자인 E6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이주해 온 경우이다. 여성의 빈곤 문제가 국가에 의해 적극적으로 구성된 기지촌과 만날 때, 이들의 서사는 쉽게 인신매매라는 이름으로 상상된다. 주한 미군과 한국 정부를 동력 삼아 작동하는 자본의 톱니가 빈곤 여성을 기지촌 내의 주요 역할자로 대우하다가도 불시에 피해자 위치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여성은 인신매매의 공포를 느끼고, 또 어떤 여성은 기지촌에서 나오기 위해 시설에 의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스템이 자기의 편리를 위해 어떤 존재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배치시키도록 둔다면 우리는 <호스트네이션>의 마리아를 어떤 시선으로‘밖에는’ 바라볼 수 없게 된다. 지금 이대로의 생활로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할 수 없겠다고 판단한 마리아가 매니저 욜리의 기숙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가는 행위와, 연예비자를 받아 한국으로 이주해 기지촌에서 생활하며 “후회 없다”고 말하는 그 발화를, 우리는 어떻게 볼 것인가. 시스템이 배치한 틀을 깨고 바라볼 수는 없을까. (2017년 제22회 서울인권영화제 프로그램 팀)